사랑하는 당신에게
주말, 토요일 아침입니다.
주말답게 활짝 갰으면 좋을 텐데 오늘도 천지사방이 안개,
그래도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며 침침함을 밀어내고 있으니
한낮이 되기 전에 구름의 어깨를 짚고 삐죽이 고개를 내밀며
봄볕을 내려뜨리며 활짝 웃는 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목련꽃이 떨어지고 개나리가 만개할 정도로 봄은 무르익어 가는데
안개 때문인지 흐린 날이 많아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니
주말답게 마음속에 밝고 맑고 신선함을 담아 봄처럼 아름다운 토요일 만드세요.
'비옥취사(比玉聚沙)'라는 말이 있습니다.
'옥을 모아놓고 모래를 쌓는다'는 이 말은 조선조 명신인 유성룡이
친구를 사귐에 군자와 소인이 다르다면서
"군자지붕 여비옥(君子之朋 如比玉),
군자들의 친구 관계는 옥이 모이는 것과 같다.
온호기상친 율연이자수(溫乎其相親 栗然而自守),
서로 친하기가 따듯하면서 엄격하게 자기를 지키기 때문이다.
소인지당 여취사(小人之黨 如聚沙),
소인들의 친구 관계는 모래를 모아놓은 것 같다.
시언잡답 불택정조(始焉雜沓 不擇精粗),
처음 만나서는 서로 잘 섞이며 부류를 가리지 않고 잘 사귀지만
종언이진즉 석연이상이(終焉利盡則 釋然而相離),
이해관계가 다하면 얼음이 녹듯이 서로 갈라진다."라고 한데서 생긴 말입니다.
진정한 친구란 이해관계를 떠나서 사귐이 이어지는 것이고
살아가면서 그런 친구 하나만 두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할 정도로
좋은 친구는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친구라 해도 오래 만나기 위해서는 너무 가깝지도
또 너무 멀지도 않은 지혜로운 거리유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른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법칙입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우화에는
고슴도치를 통해 이 불가근불가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고슴도치들은 추위를 막기 위해서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만
서로의 가시에 찔려서 다시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추위를 막을 수 없으니
다시 다가서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추위를 덜 느끼면서도
상처를 입지 않을 서로에게 편안한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
그 거리를 잘 유지하며 한겨울의 추위를 견딘다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 가까이 하지도 말고 너무 멀리하지도 않으면서
친구를 위해주고 배려해 주어야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됐어도 한순간에 멀어질 수 있는 게 친구이고
또는 왜 그런지도 모르고 멀어질 수도 있는 게 친구이기도 하다는 걸
환갑이 지나서야 깨달았고 그 안타까움은 아직도 가슴속에 멍처럼 남아있습니다.
'화이부동 동이불화(和而不同 同而不和)'라는 공자의 말씀 또한
좋은 친구는 서로 화합하나 부화뇌동하지 않는 관계이고
부화뇌동은 하면서도 화합하지 못하는 관계는 친구라 할 수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좋은 친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좋은 관계를 이어가도록 내가 먼저 애써야겠습니다.
201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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